서시/ 흰구름에 걸린 당신의 초상 새털구름은 천사의 한쪽 날개다. 오르페우스는 명부로 가고 악기는 구름이 되어 하늘에 걸렸나. 날개는 밤과 낮에 이어져 악인의 눈물이나 꽃잎에서 마른 물기까지 받아들인다. 무거워지면 길게 혹은 짧게 스스로의 몸을 조율하여 교향악을 실은 빗줄기를 내려보낸다. 촉촉하게 랭보의 가슴에 젖어들기도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합각지붕에도 떨어져서 슬그머니 땅의 그림자를 지우기도 했다. 밤하늘엔 흑돌에 새겨진 토라를 열어 은하의 깨알 같은 빛으로 쏟아지게 하고 빽빽하게 들어선 판구름으로 지상에 내려와 대륙에서 대륙으로 한 민족을 이끌기도 했는데, 두 날개가 한꺼번에 펄럭이는 경우란 거의 없다. 샤먼의 꿈에는 땅이 사발처럼 쏟아지는 불꽃이 되어 낱낱의 별처럼 흩어지는데, 침묵 할 때의 날개란 밤이 낮에게 거는 그리운 말 같은 것. 침묵이 시인을 깨워 그의 입에 말을 담아준다. 깨어 난 자의 시선엔 울음을 잊은 자, 사막의 열풍이 지나가는 길에서 참살 당한 민족의 엉긴 핏물이 듣는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르네 마그리트가 구멍을 뚫고 문을 오려붙였다. 운석처럼 달겨드는 운명을 비껴 당신은 문틈으로 숨어든다. 당신이 받쳐들고 있는 우산 꼭대기엔 위태로운 와인잔. 시인이 그의 입에 넣어준 당신의 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