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간다. 23.5 도의 축에 의지하여 질주하는 속도 그에 얹혀 가는 기차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금계국이 노랑 물감으로 번진다. 꽃의 질주, 광속에 얹혀 영으로 수축하는가 섭리라 하자. 함께 있어도 다른 공간으로 가는 길목에서의 스침과 같은 겹겹이 피어나는 꽃의 윤판에는 종말이란 없다. 사라진다는 건 가설일뿐 궤도를 달리며 터지는 굉음의 내부로 알알이 연결된 객석같은 고요가 집을 짓는다. 천안행 야간열차 객석에 가득찬 행성들마다 숨죽인 시간을 견디며 달리는 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