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고등학교 시절. 왜 야간자율학습은 자율이 아닌가에 대한 논리적인 성토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 정의감으로 몰래 강행한 교실로부터의 탈주는 늘 다음날 담탱이의 빠따로 이어지곤 했다. 그래서였는지 그 시절에는 토요일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토요일 정오가 되면 학교 밖으로 쏟아져 나오던 각 학교들의 교복들은, 그 잠깐의 시간으로 학교가 아닌 세상의 낮을 구경하곤 했다. 나른함으로 피어오르는, 햇살이 가득 내려앉은 평화로운 거리의 모습.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든 레코드가게의 외부스피커로 울리는 최신유행가 사이로, 청춘의 감성들은 어떤 자성에 이끌리듯, 아무 목적도 없이 이곳저곳을 배회하곤 했다. 잠깐의 일탈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가득 싣고 가던 토요일 오후의 만원 버스. 버스 창가에 기대어 바라보던 여학생들이 수다스런 모습, 창가로 부는 바람에 실려 오던 그녀들의 비누냄새, 샴푸냄새, 그리고 간간히 담배냄새…. 그 여학생들을 의식하며 또 허풍을 떨고 있는 남학생들의 어색한 후까시와 아주 낮고 느리게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남학생들의 땀냄새, 옷냄새 그리고 간간히 담배냄새…. 지금 생각하면 길지도 않았던 3년, 그 3년 중에 토요일을 며칠이나 됐을까? 그 소년소녀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그 시절 거리에 지겹도록 울려 퍼지던 ‘칵테일 사랑’을 그리워하며 칵테일 한 잔에 사랑을 속삭이고 있을까? 아니면 피곤한 삶에 지쳐 매일 같이 소주 한 잔으로 잠을 청하고 있을까? 주 5일 근무가 실현되면서 이젠 토요일 오전 수업이란 개념도 사라졌다. 선진국의 대열로 들어선 일주일의 사이클, 휴일을 앞둔 상기된 얼굴의 학생들의 하굣길은 금요일 오후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간직하고 있던 기억을 꺼내어 주던, 소중한 일상 하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 같은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지금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입장에선 지겨운 시간들을 먼저 보내버린 세대의 이기심으로 보여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