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상처 가득 녹내린 차를 보며과연 신호가 바뀌면 저게 다시 움직일까 싶을 즈음 녀석은 쌩하니 눈앞에서 사라졌다. 문득 늘 버리지 못하는 오랜 무언가가 떠올랐다 2-3센티가 겨우 될 몽당연필,구멍난 양말, 낡아빠진 옷과 가방그리고 아마 서로에게 닳고 닳아 상처투성이일 삶의 인연들.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로 이들을 버릴 수 없는 것은 내가 손때 탄 것들을 좋아할 뿐 아니라아직 제기능을 하기 때문이리라. 플러스펜을 새 몸통삼아굴러다니던 실과 천조각을 동무삼아가끔 쓰임을 다하는 물건들,그리고 함께 해 온 역사 덕에 아무리 오랜만이라도 속이야기 풀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 그저 짧게 스쳐지나갈거라는 생각으로시작했을지 몰라도꾸역꾸역 그 연을 다해가고 있다. 언제가 끝이든,그 순간까지 서로에게 온전히 제 역할을 다하다후회없는 이별을 고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