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내가 자는방향으론 옆집이다), 정확히는 앞집엔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노부부 내외가 집뜰에 텃밭도 일구며아름드리 꽃나무들을 심어노셨다. 그래서 겨울에서 초봄엔 매화가봄엔 겹벛꽃과 개나리곧이어 철쭉과 진달래로 그리고 짙푸른 여름의 초록으로 이어지는게꼭 동화에나 나올법한 마법의 정원같다. 동네 고양이와 참새들도이 집 꽃나무와 담벼락에 머물며뉘엿뉘엿 게으름을 피는 이곳은이 동네 길냥이와 새들의 카페 이기도 하다. 시간과 계절감이 영 해파리 뇌 수준인 나조차앞 집 꽃을 보며 아 봄이왔구나여름이 오고있구나,를 느꼈더랬다. 그러던 이 집이 곧 철거한다고해서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내겐 집에서 꽃을볼수있는 유일한 곳이자사계절을 느끼게해주는힐링의 장소였기에. 물론, 노부부가 관리하기엔 이젠 힘드시구나 하는 생각에차라리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공사가 시작되고아 올것이 왔구나 싶었는데공사 진행되는걸 보니불편한 현관문과 처마 등리모델링을 하시는거다. 그걸 안 순간아! 어찌나 반가웠는지. 어느덧 이동네 25년 토백이가 된 나는앞집 처럼 동시대를 함께 지내온 추억과 정겨움을 느끼게 해주는 장소와 사람들이너무나 감사할뿐이다. 어느새 세탁소 아저씨도베란다에 항아리를 올려놓던 부자 옆집도다 사라지고 그 자리엔편의점이나 공동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점점 이웃들이 사라져가는게너무 아쉽고 아린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아직 남아계신 앞집 노부부가나는 정말 미치도록 고맙고 행복하다. 이런게 진짜 이웃아닐까. -낭만사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