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으로만 전해 듣던 베네치아에 처음 도착한 날은 눈비가 지겹토록 쏟아지고 있었다.이쯤되면 멈출법도 한데, 그 눈보라와 빗줄기는 서로 양보하기 싫다는 듯 더 세게 내렸다.그래도 사진은 찍고 싶은데 우산은 없고...카메라 가방에서 꺼냈다 집어넣었다를 반복하며 한장 찍는데 엄청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한번 찍고나면 눈비에 젖은 카메라를 지붕 아래서 쉴새 없이 닦았다. 이전에 렌즈 필터도 깨진 바람에 렌즈 표면으로 물 방울들이 맺혔다.티슈와 안경닦이로 한번 닦고 찍고, 또 닦고 또 찍고...사진 한장 찍는데, 카메라와 렌즈를 닦는 시간이 더 길었던것 같다.그래도 힘들었던 기억이 추억으로 남는다 했던가.베네치아에서의 맑은 둘째 다음날보다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폭설로 기찻길이 막혀 4시간 30분 동안 갇혀 있어야 했던 첫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위의 사진 또한 보정이 아닌, 추운 날씨에 렌즈에 김이 서린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