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오름 길]나는 해와 억새가 얽혀 빚은 새별오름길을 오른다. 그 길은 멀고도 가까운 곳이다. 그곳의 해도 하늘도 가까이 있고 빛과 구름도 내게 가까이 있다. 모든 것이 가까이 있지만 갈 길은 멀리 있다. 길은 끝이 없이 미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억새를 보면 쓸쓸하게 느껴지고 고개를 오르는 사람을 보면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애상의 공허를 보는 것 같다. ....................................................... “인상깊은 포토” 선정에 대한 소감저의 부족한 사진을 인상깊은 포토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분발하여 좋은 사진을 담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억새 오름길”의 촬영장소는 제주도 애월읍에 위치한 새별오름으로 해발 약 500m 정도의 높이다. 가을에는 오름 전체가 억새로 덮여 억새바다처럼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대보름에 닭집태우기 행사로도 유명한 곳이다. 사진의 초점은 늘 의도하는 대로 되지 않아 아쉽지만 경관을 찍는 데는 출연자가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역광으로 억새를 찍고 있을 때 애견을 끌고 오르는 여인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역광의 억새는 하얀 제 모습을 들어내며 바람을 일으키듯이 또는 날아가려고 날개를 펄럭이듯이 온힘을 쏟으며 공허의 공간을 오르려는 자세이다. 이때 오솔길에 움직이는 여인이 출현하여 나는 초점을 맞추어 사진을 찍었다. 하늘과 언덕의 억새는 여백을 채워 공허의 공간에 정지되어 있다. 억새가 날아가려하고 그 날지 못하는 것을 끌어주듯이 여인이 오솔길을 걸어 오른다. 이 장면은 억새와 사람이 동적 메타포어 된 충동적인 이미지로서 내게 다가 왔다.